멈춰선 질문, 다시 묻다: ‘그때’의 진실과 ‘지금’의 책임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낯선 풍경이 일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숱한 이야기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큰 물음표를 던지게 만드는 것, 혹시 당신도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마치 안개처럼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 아니면 그만’이라는 안일함, 그리고 잊혀진 규제들

돌이켜보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나와 내 주변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남들 이야기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마트도, 식당도, 심지어 아이들의 학원까지 발길이 묶였던 시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흘려보내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규제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어느새 우리는 정부의 통제에 익숙해져 버린 건지도 모릅니다.

politici (정치)의 세계에서는 늘 새로운 법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죠. 그렇게 하나둘씩 쌓여가는 법안들은 어느새 우리의 기본권을 조용히 옥죄어오고, 우리는 점차 무뎌집니다. 정치인들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런 지점 아닐까요? 서서히, 아주 천천히 우리 삶 속에 스며드는 규제와 통제.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낄지라도, 결국엔 익숙해지게 만드는 술수 말입니다. 정부의 크고 작은 간섭과 감시, 소송 등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다가, 마침내 백신 패스나 거리두기와 같은 전방위적인 통제가 이루어져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진상 규명’이라는 무거운 짐, 왜 우리가 져야 하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거리를 나서기보다는 슬픔과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처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책임 소재와 피해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백신 문제 역시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저는, 그리고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피해 보상’에만 집중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차라리 손해배상이라도 확실하게 주장하면 좋겠다는 말까지 듣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진상 규명’을 외치는 우리를 향해 ‘이기적’이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집회나 기자회견 때문에 ‘피해 보상’에 지장이 생긴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까지 듣습니다. 우리는 보건복지위원회나 질병관리청을 만난 적도 없고, 오직 ‘진상 규명’만을 이야기할 뿐인데 말입니다.

‘억울하지도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억울하기에 매주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집회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제 딸이 하늘에서 이 상황을 보고 좋아할까요?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절망에 빠진 저희 부모들에게, 그저 돈 몇 푼으로 얻는 보상이 진정한 위로가 될까요? 아비로서 자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참담함. 이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으려면, 진실을 밝혀 관련자를 단죄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저승에서라도 딸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저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 짧은 시간 동안 큰 비용이 드는 병원비가 얼마나 큰 부담인지 뼈저리게 느껴봤기에 피해 보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독소 조항으로 가득 찬 ‘피해 보상 특별법’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겨우 몇 명의 보상을 받기 위해 이런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법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찬성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는 여러 차례 법안을 검토하고 변호사의 자문까지 받아가며 반대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잘 모르면서 그런다’는 비난과 ‘이기적’이라는 낙인이었습니다. 소통조차 불가능한, 답답하고 막돼먹은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저는 무엇이 옳은 길인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삶의 지향점과 이유를 잃고 방황하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도무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국가가 강제한 조치로 수많은 국민이 사망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국가 기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며 손가락질하는 국민들, 가족이 비명에 떠나도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피해자들, 백신 부작용으로 가족을 잃었음에도 백신을 비난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피해자들을 ‘음모론자’로 몰아가는 정치인들… 이 모든 것을 목도하며, 저는 제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지조차 의심될 지경입니다.

‘한마음 한뜻’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요? 그리고 저 세상에 가서, 제 딸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지… 질문은 계속해서 맴돌 뿐입니다.